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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로 남긴 흔적과 기억속에 남긴 흔적(크리스천위클리 칼럼)

문자로 남긴 흔적과 기억속에 남긴 흔적

 


이보영 장로 / 나성금란교회


The Christian Weekly / <642> November 10, 2016 발행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뜨겁고 길다. 거리의 여성들은 대부분 짧은 치마, 어깨가 드러난 샤쓰를 입고 다닌다. 그들의 팔이나 어깨엔 검은 문신이 새겨 것을 흔히 보게 된다. 옛날엔 조폭이나 불량한 깡패들이 문신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거나 자기의 소속을 표시하는 상징이었는데, 요즘은 문신이 여성들과 운동선수들에게 패션(Tattoo-Fashion)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의 30 NBA 농구팀 선수들 중엔 40% 문신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신을 모방하지 못하도록 문신 저작권까지 등록해 놓았다고 한다.  할리우드 거리(Hollywood Walk of Fame)에도 세대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들의 이름과 손도장, 발도장을 새긴 흔적들이 널려 있다. 그들은 거리를 지나는 군중들로부터 잊혀지지 않기를 바래서 바닥에 흔적을 남겼다. 공원묘지에도 많은 묘비들이 있다. 묘비마다 자기의 이름을 남긴 것을 보면, 인간에겐 누구나 자기의 흔적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같다.


  


미주기독문인협회 월례회로 모이는 날은 매월 금요일이다.  지난 10월의 모임 [1: 예배] 에서 예수의 흔적이란 제목의 설교를 들었다.  60여년을 해로했던 아내를 천국으로 먼저 보낸  원로목사님은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메세지를 설교속에 인용했다. 


어렵고, 외롭고, 가난한 목회자의 사모 역할을 한번도 불평치 않고, 끝까지 참아 아내가 고마웠고,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 함께 있었던 공간, 함께 다녔던 , 함께 식사했던 자리, 함께 섬기던 교회,  온통 아내가 남긴 흔적을 보다가 예수의 흔적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의 부분에 그의 괴로운 마음을 고백했다. 여기에 쓰인 흔적 헬라어로 스티그마타(Stigmata)이다.  스티그마타는 소나 말의 소유주가 자기의 소유를 표시하기 위해 고유의 글씨나 문양을 불에 달구어 짐승의 몸에 지져서 흔적을 뜻한다. 그날의 말씀이 뇌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주전에 함께 신앙생활하던 우리교회의 김장로님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로 소천했다. 날로 확장해 가던 사업(HomeLand : 건축업) 접고, 지난 3년간은 오로지 기도생활과 투병생활로 열심히 살았는데 ,  ,  ,  , 


교회는 김장로님을 기리면서 교회장으로 천국환송예배 드렸다. 그가 교회에 남긴 흔적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장례예배에 참석한 모든 조객들에게 은혜와 감동을 주었다.


 


지난 5, 교회 임원회는 오래 친교실을 리모델링 하기로 결정했다. () 중에는 운동실로 활용하고, 주일(主日) 식당으로 사용 있도록 다목적 친교실 설계를 부탁했다. 설계도면을 받아보니 비교적 공사였다. 공사 기간도 3개월로 예상되었고, 공사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 김장로님은 공사를 제게 맡겨 주신다면 성심껏 건축해 보겠습니다 제안했다. 암으로 투병중인 그가 교회를 위해 무언가 마지막으로 헌신하고 싶은 열망에 불타고 있었다. (과거엔 교회의 공사를 맡으면 오해와 구설수가 생긴다면서 일부러 회피해 왔던 그였는데! )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매일 공사현장에 출근하여 휠체어를 타고 작업을 진두지휘, 감독했다.


공사장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건강해 보였고 얼굴엔 웃음이 베여 있었다.  성도들은 새벽마다 친교실 공사가 안전하게 마쳐지는 것과 김장로의 건강도 치유되기를 함께 열심히 간구했다. 


다목적 친교실 기도와 김장로의 헌신에 힘입어 3개월만에 넓어 ,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공되었다. 


 


다음 주일예배때 친교실 공사가 아름답게 끝났다 광고가 있었으나 김장로님은 보이지 않았다.  


친교실이 완공되자 그에게 통증은 다시 찾아 왔다. 사명이 끝나서 였을까? 긴장이 풀려서 였을까?    


김장로님은 성도님들, 친교실 사용하세요!, 천국에서 만나요!”  인사를 남기고 평안히 잠들었다.


성도들로부터 수고하셨다 한마디 격려인사도, 칭찬도, 악수도 뒤로 미루고 떠났다.


 


친교실 공사장 뿌연 먼지속에 휠체어에 앉아서 작업을 챙기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물속에 어른거린다.           그는 교회와 우리들 뇌리속에 흔적을 남겼다.  그것이 예수의 흔적일까!